• 제32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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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2

봉주강감 鳳洲綱鑑 : 급류정 김흥경 구장본 -

25.8x16.3cm
책/추정 KRW 15,000,000-30,000,000

『봉주강감』은 왕세정王世貞(1526-1590)이 저술한 『역조강감회찬歷朝綱鑑會纂』으로 『역조강감歷朝綱鑑』이나 왕세정의 호인 봉주鳳洲를 붙여서 『봉주강감』으로도 불렸다. 명나라의 곽언박郭彦博이 찬집한 『속봉주강감續鳳洲綱鑑』과 청나라의 주린朱璘이 쓴 『명기집략明紀輯略』 모두 책의 내용이 비슷하거나 서로 참고한 것으로 기록에도 책들의 판본이 뒤섞여 있어 명칭이 혼칭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조47(1771)년에 청나라 주린의 『명기집략明紀輯略』에 조선 왕실의 계보를 무함誣陷하는 불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이 때 주린이 쓴 『명기집략』과 주린의 문집 『청암집靑庵集』을 비롯하여 주린이 참고한 왕세정의 『봉주강감』 등의 책이 문제의 대상이 되었다. 영조는 크게 분노하며 '강감'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책은 모두 불태우도록 명령했고 책을 구입하여 소장하던 사람과 책을 거래하던 책쾌冊儈를 처벌했다. 특히 주린의 『명기집략』은 조선 지식인 사이에서 일찍부터 불온서적으로 취급받았는데, 북경을 방문한 홍대용洪大容(1731-1783)이 이 책을 접한 뒤 내용의 부당함을 청나라의 반정균潘庭筠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여 영조33년(1757)에 이미 청나라에서 책의 판본과 간행본을 모두 수거하여 없애버렸다. 하지만 이미 이보다 훨씬 전부터 『명기집략』과 『봉주강감』 등이 조선에 유통된 뒤였고 많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이 책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조47년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해당 책들은 자진해서 반납되거나 불태워져 현재까지 중국과 우리나라를 통틀어 거의 없다. 이때 수거된 책의 종류는 10여 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출품작은 영조대에 삼사의 청요직을 지낸 인물이자 추사 김정희의 고조부인 급류정 김흥경急流亭 金興慶(1677-1750)이 소장했던 명나라 숭정崇禎연간 간행본 『속봉주강감』으로 표지에는 『봉주강감』이라고 되어있다. 영조 때의 사건으로 인해 대부분의 책이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요직을 지냈던 인물이자 영조의 사돈이었던 김흥경이 소장했던 책이며 상태가 온전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