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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은 봄에서 가을까지 피는 각종 화목과 함께 공작, 앵무, 원앙, 꿩, 까치, 꾀꼬리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배치한 10폭의 화조도 병풍이다. 각 폭마다 계절감을 나타내는 모란, 매화, 국화, 목단, 연꽃 등의 꽃들이 푸른 괴석과 함께 화면을 채우고 있으며, 짝을 이루거나 군집한 새들의 모습은 부부화합, 자손 번창, 입신출세 등 전통적인 길상적 의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새들의 시선과 동세, 꽃가지의 흐름에 따라 화면 전체에 자연스러운 시각적 흐름이 형성되며, 화려한 색채의 대비와 유려하고 섬세한 필선이 어우러져 높은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화면의 구도와 도상의 배열은 각 폭이 독립적으로도 감상이 가능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다. 꽃과 새, 괴석이 유기적으로 엮이며 화면에 생기를 더하고, 새들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거나 움직임이 연결되면서 병풍 전체가 하나의 화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은 조선 후기에서 근대 전환기 사이의 병풍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양식으로, 궁중 또는 상류 계층의 공간을 꾸미던 장식화의 성격을 지닌다. 도상의 선택과 구성, 정밀한 묘사와 채색 방식 등은 화원 혹은 화원 출신 화가의 작업으로 보이며, 장식성과 상징성, 회화적 완성도를 고루 갖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