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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가 1929년 추관재秋觀齋에서 석전 한영 스님石顚 漢永께 그려준 대나무 그림이다.
괴석 곁에 자란 대나무를 그렸으며 좌측 상단에는 작은 글씨로 백거이白居易의 「양죽기養竹記」를 화제로 썼다.
竹似賢何哉. 竹本固, 固以樹德. 君子見其本, 則思善建不拔者.
竹性直, 直以立身. 君子見其性, 則思中立不倚者.
竹心空, 空以體道. 君子見其心, 則思應用虛受者.
竹節貞, 貞以立志. 君子見其節, 則思砥礪名行, 夷險一致者.
夫如是故, 君子人, 多樹之, 爲庭實焉.
......
嗟乎, 竹植物也, 於人何有哉? 以其有似於賢, 而人猶愛惜之,
封植之, 況其眞賢者乎. 然則竹之於草木, 猶賢之於衆庶.
嗚呼, 竹不能自異, 惟人異之, 賢不能自異, 惟用賢者異之.
故作「養竹記」, 書于亭之壁, 以貽其後之居斯者,
亦欲以聞於今之用賢者云.
대나무는 현인과 비슷하니, 왜인가? 대나무의 뿌리는 견고하니
견고함으로 덕을 심는다.
군자가 뿌리를 보면 심지를 잘 심어 뽑히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의 성품은 곧으니, 곧음으로 몸을 세운다.
군자는 그 성품을 보면 중립하고서 치우치지 않길 생각한다.
대나무의 속은 비어있으니, 비어 있음으로 도를 체현한다.
군자는 그 속을 보면 두루 활용하여 수용하길 겸허히 한다.
대나무의 마디는 곧으니 곧음으로 뜻을 세운다.
군자는 그 마디를 보면 단련하여 행실을 명예롭게 함으로
평이하거나 험하거나 일치할 것을 생각한다.
이러한 연유로 군자들이 많이 그것들을 심어 뜰엔 대나무가 가득해졌다.
......
아! 대나무는 식물이니 사람에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현인과 비슷하다 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아끼며 북돋워주고 심었는데,
하물며 실제 성인임에랴.
그렇다면 대나무가 초목에 있어서는 현인이 대중에 있어서와 같은 것이다.
아! 대나무는 스스로 남다를 수 없지만 오직 사람만이
대나무를 남다르게 해주며,
현인도 스스로 남다를 수 없지만 오직 현인을 등용하는 사람만이
그를 남다르게 할 수 있다.
이에 「양죽기」를 지어 정자의 벽에 써두어 훗날 여기에 거처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또한 현인을 등용하는 사람에게 소문나게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