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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은 심전 안중식이 기러기와 갈대를 그린 노안도이다.
갈대와 기러기를 뜻하는 노안은 노후의 평안을 의미하는 '노안老安'과 음이 같아, 조선 후기부터 평안한 노후 생활을 기원하는 뜻에서 꾸준히 사랑받은 소재였다.
노안도는 세로로 긴 화면을 상하로 분할하여 하단에는 앉아 있는 기러기를, 상단에는 날아오르거나 낙하하는 기러기의 모습을 그린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연폭식 병풍에 줄지어 선 기러기들이 낙하하는 모습을 그리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이 작품은 정형화된 노안도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큰 화면에 흰 거위 두마리와 검은 기러기 한 마리를 그리고 배경에 갈대잎을 묘사했다. 흰 기러기는 옅은 먹으로 윤곽과 깃털을 표현하였으며 검은 기러기는 배 부분을 제외하고는 윤곽선 없이 먹의 농담을 써 몰골법으로 깃털을 표현하였다. 또 먹 위에 담황색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깃털의 질감을 더욱 사실적이고 입체감 있게 표현하였으며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갈대의 잎부분 또한 먹의 농담을 잘 살려 그렸으며 바탕을 옅은 먹을 전체적으로 칠한 것도 독특하다. 채색을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우측 하단에 쓴 화기를 통해 1909년에 제작된 작품임을 알 수 있으며 안중식이 노안도에 자주 썼던 화제시를 행서로 적었다.
芙蓉寥落蓼花殘 江上西風送早寒
借問蘆中人在否 好尋舊約與盤桓
연꽃 지고 버들여뀌도 시들어가니, 강 가 가을바람 이른 추위 보내오네.
갈대 숲 속에 사람이 있는지 물어, 옛 약속대로 함께 거닐고 싶구나.
좌측 상단에도 그림에 어울리는 화제시를 예서로 적었다.
影橫薊北月連塞 聲斷衡陽霜滿天
그림자 드리우니 소계 하늘에 달빛 잠기고,
울음소리 끊기니 형양엔 서리 가득하네.
출품작은 근대 시기에 특히 많이 제작된 노안도의 전형에서 벗어난 독특한 형태의 노안도로, 노안도의 소재를 쓰면서도 그 의미보다는 표현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현전하는 안중식의 노안도 중 크기가 큰 대작일 뿐 아니라 안중식의 용묵用墨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작이라 할 만 하다.